고석정 (강원도 철원)

고석정 (강원도 철원)

고석정 (강원도 철원)

고석정 (강원도 철원)
고석정(孤石亭)은 철원팔경 중 하나이며 철원 제일의 명승지로 꼽힌다. 한탄강 한폭판에 치솟은 10여 m 높이의 거대한 기암이 천연덕스럽게 우뚝 솟아 있고, 그 양쪽 허벅지 쯤으론 옥같이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른다. 여기에 신라 진평왕 때 축조된 정자와 고석바위 주변의 계곡을 통틀어 고석정이라 한다. 기암이 외따로 강심에 잠겨 있는 탓이었을까. 아무리 보아도 장엄할지언정 외롭지는 않아 뵈는데 절벽바위 이름을 외로울 \’고\’자 고석(孤石)이라 했으니 선인들의 자연을 보는 눈썰미가 매섭다.

저 위 직탕폭포에서 승일교를 거쳐 오는 고석정의 한탄강은 강폭은 넓지 않으나 이 지점에 와서 특히 강물이 깊고 푸르며 굴곡이 심한 천연의 곡선을 이뤄 아름답다. 강폭 양쪽 주변으론 깎아지른 절벽이 산수화처럼 아름답게 서 있고, 옛 정자는 사라졌으나 원래의 자리에 근래 세운 정자가 있다.

지방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고석정은 신라 때 진평왕이, 고려 때는 충숙왕이 찾아와 노닐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유명해진 까닭은 조선시대 의적으로 불린 임꺽정(林巨正, ?∼1562)의 활동ㆍ은거지로 알려지면서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는 고석정에 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이 고장 사람들은 고석정을 꺽정바위라 부르며 고석정의 형상이 마치 임꺽정이 신고 다니던 장군화를 닮았다고 믿고 있어 흥미롭다.

양주(楊州)의 백정 출신 임꺽정은 의기가 있고 뜻이 굳어 일찍이 국정(國政)에 맘을 두었으나 신분이 천민이어서 뜻을 펼 수 없었다. 울분을 삭이지 못하던 임꺽정은 당쟁으로 조정이 어지럽고 사회기강이 혼란스럽던 1559년 (명종14)부터 대적당(大賊黨)을 만들어 동지들을 규합하고 두목이 된다.

그로부터 3년 동안, 1562년까지가 임꺽정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이다. 황해도 구월산과 서흥ㆍ신계를 중심으로 이 지역의 관청이나 토호양반집을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았다. 함경도와 황해도 방면의 곡물이 조정으로 운반되는 길목에 성을 쌓고 진상품을 약탈, 서민들에게 나눠 주었으며, 약탈한 물건을 서울이나 개성 등 다은 지역으로 가지고 가 팔기도 했다.

임꺽정은 관군의 토벌에 거세게 저항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을 버텨낸 놀라운 인물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활동영역은 강원도와 개성, 경기도 등지로 확대되었으며, 변장술ㆍ사칭술도 뛰어나 관청에 들어가 수령대접을 받은 적도 있다. 일꺽정 일당은 어디서든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민이 되어 관군의 눈을 피해 교묘히 빠져 나갔다. 그러니 토벌에 지친 순경사(巡警使)는 1561년 정월 꺽정의 형 도가치(加都致)를 잡아 꺽정이라 허위 보고하는 사건도 생겼으며, 꺽정을 사칭하는 가짜 임꺽정도 종종 등장하곤 했다.

임꺽정은 점점 나라의 기강을 흔들 만큼 위협적인 인물이 되어 갔고, 조정에서는 갖가지 포상을 내걸며 그의 체포를 독려했다. 임꺽정은 1562년 1월 황해도 서흥에서 부상을 입고 토포사(討捕使) 남치근(南致勤)에게 체포되어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역사는 보는 입장에 따라 임꺽정을 정반대로 평가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연려실기술 등에서는 임꺽정을 포악한 도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반면, 뒷날 민중들 사이에는 의협심 많고 정의로운 전설적인 인물로 전해오는 것이다.

임꺽정이 도적으로 활약하게 된 배경은 조선사회의 경제적 모순에 있었다. 황무지를 개간하면 지배층이 날름 소유해 버리고 민중들은 모두 소작인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농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었고 세금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굶주린 민초들은 하나 둘 먹고 살 길을 찾아 제 땅을 버리고 떠나갔다. 그렇게 유랑하다가 도적이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임꺽정은 그런 모순된 사회에서 분출해 나온 민초들의 대변자였고,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면서 불쌍한 백성들을 위로하던 의적이었던 것이다.

고석정 중간쯤엔 임꺽정이 몸을 숨기기 위해 드나들었다는 뻥 뚫린 구멍이 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겉으로 보기엔 한 사람이 겨우 들고 날 수 있는 공간인데, 바위 속으로 들어가면 대여섯 사람은 너끈히 앉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관군에게 쫓기던 임꺽정은 피할 재간이 없게 되면 변화무쌍한 재주를 부려 꺽지라는 물고기로 변신, 강물 속으로 몸을 숨기곤 했다고 한다. 임꺽정의 재주가 비범했음을 전해주는 대목인데, 이 고장 철원사람들은 아직도 임꺽정은 관군에게 잡혀 죽은 게 아니라 물고기 꺽지로 변해 깊은 강물로 들어가 영원히 몸을 숨겨버렸다고 믿는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고장 사람들의 꺽정에 대한 신뢰와 전설을 곧이곧대로 믿을 줄 아는 마음이 푸근하기만 하다. 고석정 주변 용암평원에는 고석성(孤石城)터가 있는데 임꺽정이 관군에 대항하기 위해 쌓았던 성터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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