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안보등산로

강릉 안보등산로

강릉 안보등산로

강릉 안보등산로

강릉 안보등산로
괘방산 자락에 둥지를 튼 강릉통일공원의 북한 잠수함과 남한 구축함이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내려다 보인다.

총성 요란하던 괘일재 숲속은 망망대해를 달려온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희미한 해조음 뿐 그때의 긴장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굴참나무 낙엽은 참호 바닥을 구르고 잡목 숲속 어디쯤엔가 있을 비트도 세월속에 묻혔다.

상처 투성이의 숲속은 그렇게 아물고 있었다.

‘…안보등산로 오솔길 잠시 오르니 동해바다 한눈에 보이네.

굽어 보니,검푸른 바다 멀리 보니,수평선에 하늘이 맞닿았구나.

가이 없는 바다,하늘 함께 어우러지니 예 와서 자연의 광활함을 가까이 느껴보라.

작은 수고로 우주까지 염(念)할 수 있으니 이 어이 좋지 않으랴.…’

(괘방산에서 만난 강동면사무소 정주환씨의 즉석 시)

강릉 안인진에서 삼우봉과 괘방산 능선을 타고 정동진까지 이어지는 8.3㎞의 안보등산로는

아늑한 오솔길인데다 그림같은 동해바다를 한눈에 굽어보는 환상의 산행 코스다.

1996년 9월18일 새벽에 좌초된 북한잠수함이 발견되면서 49일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강릉시청 산악회원들이 이듬해 침투로를 따라 3시간 30분 코스의 등산로를 만들었다.

안보등산로의 출발점은 안인삼거리. 7번 국도변의 나무계단을 50m쯤 오르면 바로 능선이다.

파도가 줄지어 밀려오는 해안을 바라보며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오른다.

산딸기와 찔레꽃,그리고 키작은 소나무 사이로 난 등산로엔 그늘이 없어 초여름의 따가운 햇볕이 가시가 되어 등줄기에 내려 꽂힌다.

하지만 등산로는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데다 산 아래의 철길과 도로가 친구처럼 나란히 달려 외롭지 않다.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해뜨기 직전.

한낮의 무더위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동진을 벌겋게 물들이는 일출의 장관과 백두대간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운해의 비경이 숨을 멎게 한다.

등뒤에서 웅웅거리는 도시의 소리와 산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도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동해바다와 숨바꼭질을 하며 이름없는 작은 봉우리를 두세번 오르내리면 삼우봉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통일동산 제2활공장으로 하얀 백사장과 맞닿은 옥빛 바다가 코발트색에서 검푸른 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서면 한마리 새가 되어 수평선을 훨훨 나르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제2활공장에서 급경사의 오솔길을 내려가면 통일동산 안보전시관에서 올라온 임도를 만난다.

활공장비를 차로 운반하기 위해 산행로를 넓혀 만든 1.4㎞의 임도는 지난해 수해로 일부구간이 허물어진데다

중턱엔 안인진 임해 자연휴양림 공사를 한답시고 볼썽사납게 산을 파헤쳤다. 개발이란 미명아래 정동진을 강남

뒷골목쯤으로 만들더니 그것도 모자라 아예 산을 깔아뭉갤 태세다.

임도에서 삼우봉을 오르려면 고려 때 만들어진 괘방산성을 지나야 한다.

철분이 많아 발갛게 녹슨 돌을 징검다리 건너듯 조심스럽게 걸으면 산행객들이 소원을 모아 만든 작은 돌탑이 반긴다.

제1활공장이 있는 삼우봉 정상에선 뾰족뾰족한 바위와 분재를 닮은 키작은 소나무 몇 그루가 오랜 세월 동해를 벗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해발 339m의 괘방산(掛榜山)은 옛날 과거에 급제한 사람을 알리기 위해 이름을 적은 커다란 두루마기를 정상에 내걸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지금은 두루마기 방 대신 TV송신탑이 괘방산을 점령한 채 세상의 온갖 잡스런 소식들을 전파에 실어 보낸다.

괘방산 중계소를 지나면 등명락가사에서 올라오는 시멘트길을 만난다.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가다 오른쪽 오솔길로 접어들면 안보산행로의 중간지점인 괘일재. 북한 잠수함 승조원들의 탈출로로

그 후에 만든듯 긴 참호가 재를 가로막는다. 이곳에서 바다쪽으로 1㎞쯤 내려가면 찾는 사람 없는 ‘6·25 남침 사적비’와 ‘6·25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이 나온다.

괘일재에서 정동진까진 외길이라 산행이 지루하면 괘일재에서 하산해야 한다.

괘일재에서 당집사거리까진 비교적 오솔길도 넓은데다 내리막이라 걷기에 편하다. 당집사거리엔 노송 그늘

아래 넓은 공터와 벤치도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 이따금 솔향에 실려오는 먼 기적소리가 꿈결처럼 아득하다.

당집사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북한승조원 11명이 집단자살한 청학산이고,왼쪽길은 TV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역 가는 길로 183고지까지는 오르막이 많아 인내심이 필요하다.

땀이 비오듯 쏟아질 무렵 기찻길옆 소나무가 아름다운 해변으로 내리막 등산로가 빨려든다. 정동진역이다.

강릉 안보등산로 경로
1구간:안인진2리 삼거리 출발->삼우봉->괘방산->괘일재->
당집->183고지->정동진역으로 내려오는 구간 (3시간10분, 8.3㎞)
2구간:잠수함침투지 출발 ->삼우봉->괘방산->괘일재->당집->
화비령->청학산->임곡리로 내려가는 구간 (2시간35분,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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