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실어 나르던 옛 길 ‘운탄고도’를 가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옛 길 ‘운탄고도’를 가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옛 길 ‘운탄고도’를 가다

강원도 정선의 사북과 고한 지역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석탄 채광지였다. 1970~1980년대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돈이 넘쳐 났다. 하지만 1989년 폐광과 감산일변도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석탄산업은 하향길을 걸었다. 탄광이 사라지면서 사북과 고한 지역의 탄광촌은 황폐화되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처럼

석탄으로 흥했고 석탄으로 침체됐다. 지금 사북과 고한은 석탄을 소재로 한 관광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닌 탄광 명소를 따라 정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내다본다.

운탄고도 전망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에 조성된 운탄고도

정선 탄광 여행의 중심지는 운탄고도다. 중국의 차마고도를 연상케 하는 이 길은 과거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에 조성된 산길이기에 운탄고도 트레킹은 시간과 체력을 요한다. 그렇다고 시작하기 전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쉽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원 스키장의 마운틴 곤돌라(2832m)를 이용하는 것이다.

마운틴 베이스에서 마운틴 탑까지 곤돌라를 이용하면 정상까지 20분 정도면 올라간다. 곤돌라를 단순한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움직이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동안 발아래로 스키장과 강원랜드, 백두대간이 펼쳐진다. 스키장 슬로프에는 데이지,

동자꽃 등 여름 야생화가 가득 피어 화원인 듯 아름답고, 백두대간의 능선은 파도처럼 밀려와 장관을 연출한다. 높은 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바라볼 수 없는 풍경을 곤돌라에서 편히 감상할 수 있다.

운탄고도에 갈 수 있는 곤돌라곤돌라는 운탄고도에 접근하는 가장 쉬운 이동수단이다마운틴 정상까지 연결되는 곤돌라 곤돌라 아래로 야생화 꽃밭 풍경[왼쪽/오른쪽]마운틴 정상까지 연결되는 곤돌라 / 곤돌라 아래로 야생화 꽃밭이 펼쳐진다

마운틴 탑에 올랐다고 곧장 운탄고도를 향할 필요는 없다. 주변에 소박한 멋을 풍기는 야생화 군락지가 있다. 수줍게 피어난 꽃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야생화 군락지 뒤로 산자락이 이어져 그야말로 산의 나라라는 것이 실감난다.

볼거리는 더 있다. 해발 1380m 마운틴 탑에 자리한 하이원 고산식물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식물원에는 330여

종의 고산식물이 만병초원, 고산그라스원, 암석원, 싱크가든, 야생화원 등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다.

마운틴 정상에서 운탄고도로 연결되는 하늘길마운틴 정상에서 운탄고도로 연결되는 하늘길작고 짧은 철로와 철로 위 석탄운반 기구 운탄고도에서 만나는 1177갱 입구[왼쪽/오른쪽]과거에는 석탄 실은 트럭이 운탄고도를 오갔다 / 운탄고도에서 만나는 1177갱 입구

본격적인 운탄고도 트레킹에 나설 시간. 마운틴 탑에서 전망대 뒤로 난 산죽길을 따라 1.4km가량 내려가면 운탄고도와 만난다.

여기에서 만항재 방면인 하이원호텔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약간 오르막이지만, 길이 평평하고 순탄해 걷기는 편하다. 2시간 30분

남짓 걷는 동안 태백의 준령이 벗을 해 준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와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이기에 장쾌한

풍경이 이어진다. 운탄고도가 특별한 이유는 아름다운 풍경에 석탄산업의 역사가 담겨 있어서다. ‘석탄을 나르던 옛 길(運炭古道)’.

1957년 함백역이 개통되자 석탄 운반을 위해 2000여 명의 국토건설단이 삽과 곡괭이로 만들었다. 트레킹 중간에 만나는 1177갱은

석탄산업의 산증인이다. ㈜동원 사북광업소에서 이 지역 최초로 개설했던 1177갱은 갱도 초입부를 복원했다. 갱도를 지탱하는 나무

구조물인 갱목에는 광부들이 고사를 지내기 위해 매달아 놓던 굴비도 매달려 있다.

강원랜드 산책로 운탄고도에서 만난 빨갛게 핀 동자꽃[왼쪽/오른쪽]길이 평평하고 순탄해 걷기 편하다 / 운탄고도에서 만난 동자꽃

반세기 동안 석탄을 실은 트럭이 검은 먼지 날리며 오가던 길을 강원랜드가 탄광 역사와 접목한 산책길로 조성했다.

트럭이 분주히 달리던 길은 수백 종의 야생화가 자생하는 천상의 길이 되었고,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雲坦高道)’이라는 의미도 담게 되었다.

하이원 리조트 주변에는 운탄고도 외에도 하늘길이라는 이름의 산책로가 여럿 조성되어 있다. 다람쥐, 멧토끼, 꽃사슴,

고라니 코스 등이 있고, 각 코스마다 하늘마중길, 산죽길, 산철쭉길, 하늘말나리길, 단풍길 등 구간의 특성을 알려 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석탄을 주제로 한 여행이 아니라면 하늘길을 걸으며 자연과 호흡해도 좋다.

삼탄아트마인 전경폐광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삼탄아트마인세탁실에 설치된 조형물 광부들의 삶이 기록된 사진[왼쪽/오른쪽]세탁실에 설치된 조형물 / 광부들의 삶이 기록된 사진

탄광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다면 삼탄아트마인이 그 궁금증을 풀어 준다. 이곳은 실제 폐광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삼탄’은 우리나라 대표 탄광 중 하나였던 삼척탄좌를 뜻한다. ‘아트’와 ‘마인’은 예술과 탄광의 영어식 표기인 ‘Art’, ‘Mine’에서 따왔다.

1964년부터 석탄을 캐내던 삼척탄좌가 2001년 10월 폐광되면서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광부들의 삶이

엿보이는 세족장, 세탁실 등이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들과 어울려 멋진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우르크 지진 재난 현장을 촬영한 조차장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강모연(송혜교 분)이 인질로 잡혀 있던 샤워장[왼쪽/오른쪽]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우르크 지진 재난 현장을 촬영한 조차장 /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강모연(송혜교 분)이 인질로 잡혀 있던 샤워장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철암탄광역사촌 철암천에 기둥을 세워 지은 까치발 건물[왼쪽/오른쪽]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철암탄광역사촌 / 철암천에 기둥을 세워 지은 까치발 건물광부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물 일터로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는 광부의 아내를 형상화 한 동상[왼쪽/오른쪽]광부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물 / 일터로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는 광부의 아내를 형상화 한 동상철암탄광촌을 볼수있는 전망대. 전망을 구경하는 듯한 광부의 동상이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에 조성된 석탄 캐는 광부 동상[왼쪽/오른쪽]전망대에 오르면 철암탄광촌이 한눈에 보인다 / 철암탄광역사촌에 조성된 석탄 캐는 광부 동상

정선에서 험준한 산자락을 넘어 태백으로 가면 석탄산업의 유산과 생활상, 역사의 흔적들이 철암탄광역사촌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

탄광촌이 번성하던 시절 광부와 가족들이 이용하던 까치발 건물에서 호황을 누리던 페리카나, 호남슈퍼, 봉화식당, 진주성, 한양다방

등의 건물을 재활용해 역사촌으로 조성했다. 까치발 건물은 철암천에 기둥, 즉 까치발을 세워 지은 건물을 말한다.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지은 건물이다.

오래되어 빛바랜 상점들의 간판과 무너져가는 까치발 건물이 광부의 생활상과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갤러리와 전시실로 탈바꿈해

여행자를 반긴다. 광부들의 생활통지표, 주민의 인적사항을 적은 반적부 등의 기록물에서 당시 사용하던 각종 생활용품 및 철암마을

골목을 재현한 전시물까지 재미난 볼거리가 가득하다. 길 건너 탄광에는 산더미만큼 쌓인 석탄더미가 아직 그대로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수백억을 들여 만든 석탄박물관보다 더 생생하게 탄광의 옛 모습을 만나는 공간이다.

출처 : http://korean.visitkorea.or.kr